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관망자였던 아저씨가 실행자가 됐다 - 바이브코딩 2주 회고

2026.07.15 6분 읽기
관망자였던 아저씨가 실행자가 됐다 - 바이브코딩 2주 회고

포스트가 어느새 19편이 쌓였어

나는 꽤 자주 내 블로그를 열어보는 습관이 있어. 왜 어릴때 새 장난감을 받으면 하는거 없이 만지작 거리곤 하잖아. 스스로 만들었다는 보람도 있고, 2주 정도 뚝딱거리다보니 어느새 애착인형처럼 돼버린거지.

분명 엊그제 AI 녀석 꼬임에 넘어가서 "그냥 일기장이나 만들어두자."라고 했었는데, 내가 꽤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알았어.(나 자신, 칭찬해.) 고백할게 있는데, 나는 초등학생 시절에도 일기를 일주일 이상 써본적이 없어. 그런데 이 블로그는 아마도 좀 오래가지 않을까?

솔직히, 그저 소일거리 중에 하나

나는 솔직히 특별한 취미도 없고 비는 시간이 있으면 그저 의미 없는 소일로 시간을 보내는 편이거든. 이 블로그 역시 그 소일거리 중에 하나였고, 요즘 다들 AI, AI 하길래 '나도 한번 만져나 보자' 하는 마음이 전부였어. 구경만 하다가, 이번엔 발끝이라도 담가보자 싶었던 거지. 딱 거기까지였어.

작심삼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잖아. 실제로 나는 작심삼일을 잘하는 편이야.(이걸 자랑이라고 하고있냐?) 이번에도 며칠 건드려 보다가 접겠거니 했지.

그런데 어느새 내 웹페이지가 생겼어.

"nobesc.com" 이게 진짜 내 거야. 세상 어딘가에 내 이름 걸린 주소가 하나 생긴 거지.(아직 내 명의로 된 집도 없어.) 이건 정말 유일무이한 내 거잖아. 애착이 안 생기는게 이상한거 아니야?

도메인이니 서버니 하는 것들, 나는 아직도 그게 정확히 뭔지 잘 몰라. 그냥 녀석이 시키는 대로 여기 눌러라 저기 붙여넣어라 따라 했더니 어느 순간 주소창에 내 주소가 떠 있었어. 게다가 글 하나 끄적여서 올리면 세상 사람 누구나 볼 수 있게 바뀌더라고. 이렇게 일 년 정도 지나면 처음과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?

내 글이 인터넷에서 검색이 되다니

어느 날 AI가 검색엔진이라는 데에 블로그를 등록하자고 하길래 또 시키는 대로 했거든. 그랬더니 며칠 뒤에, 내가 쓴 삽질기 제목을 검색창에 넣어보니 진짜로 나오는 거야. 네이버에도, 구글에도 말이지. 처음 그걸 봤을 때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어.

그뿐이 아니야. 방문자 숫자라는 것도 볼 수 있게 됐어. 나 말고 다른 사람이,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 내 일기를 읽고 갔다는 뜻이잖아. 그런데 이게 기분이 묘하게 좋은 거지. 나는 SNS도 안 해서 잘 모르는데 아마 비슷한 느낌이지 않겠어?

직접 만든 브라우저 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레트로 게임기 — 퐁, 벽돌깨기, 스네이크

게임까지 만들어서 블로그에 심어둔 건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일이야. 퐁, 벽돌깨기, 스네이크. 소싯적 학교 옆 구멍가게에서 쪼그려 앉아 하던 게임을 직접 만들어 내 블로그 안에 만들어 두다니. 만드는 내내 "이게 된다고?" 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.

아, 물론 요즘에 이런건 정말 빙산의 일각이라는 걸 알고 있어. 그런데 나는 이것만으로도 신기하단 말이지. 말했잖아, 유행에 늦다고 말이야.(기다려. 금방 따라갈거야.)

왜 안 질렸을까 생각해봤어

돌아보면 신기한 건, 그 2주 동안 한 번도 지겹지가 않았다는 거야.

이유는 단순해. 매 순간이 다 처음이었거든. 페이지 하나 뜰 때마다, 에러 하나 잡을 때마다, "어? 진짜 되네" 하는 순간이 계속 나왔어. 던전도 처음 들어갈때나 떨리지, 매주가면 하품만 나오잖아. 그런데 이건 매 순간이 새로운 던전을 탐험하는 기분이었어.

그리고 기대가 없었던 게 오히려 약이었던 것 같아. 재미있으면 좋고 아니면 말지 뭐 하는 가벼운 마음이라 스트레스가 없었어. 물 없이 고구마 먹는 것 같은 에러를 만나도, 그 자체가 나에겐 재미거든. 평소라면 할 수 없는 것들을 말 한마디로 할 수 있는 세상이라니, 재미가 없다면 너무 이상하잖아.

관망만 하던 내가 실행하기까지

그동안은 뭘 만들었다, 뭘 고쳤다 하는 기록만 쌓았는데, 오늘은 좀 다른 걸 남기고 싶었어. 다 만들고 난 지금, 뒤를 한번 돌아보는 글 말이야.

시작할 때의 나에게 지금 이 화면을 보여줬다면 안 믿었을 거야. 고작 2주 하고 설레발이 지나친 감이 있어서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, 아무것도 모르는 아저씨가 자기 도메인에 자기 블로그를 굴리고, 검색에 이름을 올리고, 게임까지 만든 거야. 누가 뭐라 해도 나 자신, 다시 한번 칭찬해.

거창한 개발자가 된 것도 아니고, 여전히 나는 코딩의 '코' 자도 제대로 모르는 노베이스야. 그래도 확실한 건 하나 있어. 눈팅만 하던 자리에서 한 발 넘어왔고, 관망자에서 실행자가 된 거지. 지금은 그 시작만으로 충분한 것 같아.

시작이 어땠는지 궁금하면 코딩 없이 AI로 블로그를 만들었다 - 홈페이지 제작기를, 이 블로그가 진짜 세상에 나가던 날의 기록은 드디어 문패를 달았다 - 가비아 도메인 연결과 넷리파이 배포기를 읽어보면 돼. 오늘 회고는 여기까지.